원룸 퇴거 벽지 곰팡이, 누구의 책임인가
원룸 퇴거를 앞두고 벽지에 발생한 곰팡이 때문에 집주인으로부터 도배 비용 전액을 보증금에서 공제하겠다는 통보를 받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일상적인 환기를 해왔음에도 건물의 구조적 결로로 생긴 오염까지 억울하게 배상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임대차 계약 종료 시 임차인이 부담하는 원상복구 책임은 모든 노후화를 신축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로 훼손된 부분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온전히 반환받기 위해서는 곰팡이 발생 원인이 건물의 하자인지 세입자의 관리 소홀인지 명확한 판단 기준을 파악해야 합니다.
본 글에서는 곰팡이 귀책사유의 법적 기준, 퇴거 시 임대인의 일방적 공제 요구에 대응하는 감가상각 협상 논리, 합의가 결렬되었을 때 실행 가능한 내용증명 작성 및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접수 절차를 안내합니다.
임대인 수선의무와 임차인 원상복구 의무의 법적 경계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이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사용 및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수선의무를 진다고 규정합니다. 반면 민법 제615조는 임차인이 임차물을 반환할 때 원상에 회복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벽지 곰팡이가 건물의 외벽 단열 불량, 창호 결함, 옥상이나 배관 누수 등 구조적 원인으로 발생했다면 이는 임대인이 수선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가구를 벽면에서 일정 거리 띄워 배치하고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했음에도 벽체 내부에서 결로가 발생해 번진 곰팡이는 세입자의 과실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판례와 분쟁 조정 실무에서는 통상적인 사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마모되거나 색이 바래는 현상을 통상 손모로 보아 세입자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내 습도가 매우 높은 환경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곰팡이 징후를 발견하고도 임대인에게 알리지 않아 벽체 손상을 심화시킨 정황이 인정되면 관리 의무 위반에 따른 일부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퇴거 전 세입자가 확보해야 할 핵심 증빙 자료
보증금 공제 통보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부당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증거를 갖추는 단계가 필수적입니다. 감정적 호소보다 현장 기록과 과거 소통 기록이 훨씬 강력한 효력을 발휘합니다.
- 입주 초기 상태 사진: 입주 전후로 촬영해 둔 원룸 벽면 사진을 통해 입주 당시부터 얼룩이나 곰팡이 흔적이 존재했는지 비교 검증합니다.
- 결로 및 누수 징후 기록: 창틀 모서리 물고임, 외벽 콘크리트 습기 배어남 등 건물 하자를 입증할 수 있는 근접 사진과 동영상을 날짜가 확인되도록 확보합니다.
- 통지 내역 보관: 거주 중 곰팡이를 발견했을 때 집주인에게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알리고 수리나 방수 조치를 요청했던 대화 기록을 보관합니다.
- 환기 및 제습 조치 정황: 제습기 사용, 환풍기 가동, 방습제 비치 등 관리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객관적 정황을 사진 등으로 정리해 둡니다.
민법상 임차인은 임차물에 수리가 필요한 사정이 생기면 지체 없이 임대인에게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곰팡이를 인지한 즉시 통지한 기록이 있다면 세입자의 과실 책임을 크게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일방적인 도배비 공제 요구 시 실무 협상 대처법
임대인이 퇴거일에 벽지 곰팡이를 지적하며 원룸 전체 도배 비용을 일방적으로 차감하고 잔액만 반환하려 한다면 즉시 합의하지 말고 세부적인 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 견적서 및 세부 내역 요청: 시공 업체명, 사업자등록번호, 구체적인 시공 면적과 인건비가 명시된 공식 견적서 및 세금계산서를 요구하여 과다 청구 여부를 확인합니다.
- 벽지 감가상각 반영 주장: 도배지는 소모품이므로 거주 기간 동안 이미 가치가 소모되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분쟁해결기준이나 서울시 임대차 분쟁 조정 사례에서는 벽지의 내구연한을 통상 수년으로 보아 거주 기간만큼 감가상각한 잔존가치만을 배상하도록 권고합니다.
- 오염 벽면 부분 도배 제안: 곰팡이가 특정 외벽 한 면에만 발생했다면 원룸 전체가 아닌 해당 벽면에 한정된 부분 도배 비용만을 분담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도배한 지 수년이 지난 상태에서 퇴거하는 경우라면 기존 벽지의 잔존 가치는 낮게 평가되므로, 신규 시공비 전액을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부당합니다.
합의 결렬 시 내용증명 발송과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접수
대화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임대인이 임의로 보증금을 떼고 입금하거나 반환 자체를 지연할 경우에는 공적 구제 절차를 진행해야 합니다.
1. 보증금 반환 청구 내용증명 우편 발송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발송인, 수취인, 도달 일자와 문서 내용을 공식 증명하는 서면입니다. 내용증명에는 임대차 계약의 종료 사실, 벽지 곰팡이가 건물 하자로 발생하여 임차인에게 원상복구 책임이 없다는 근거, 특정 기일까지 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지 않을 시 지연손해금 청구와 법적 대응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을 명시합니다.
2.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청
소송으로 직행하기 전 대한법률구조공단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부동산원에 설치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또는 관할 지부 방문으로 신청 가능하며, 비교적 적은 수수료로 전문가의 현장 확인과 조정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양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집행력을 갖게 됩니다.
임대인이 분쟁조정 절차에 불응하거나 보증금을 장기간 돌려주지 않을 때는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여 대항력을 유지한 상태로 퇴거한 뒤,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 또는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여 강제집행 권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